할머니는 눈이 점점 나빠지셨습니다. 어느 날부터 전화를 걸지 않으시고 받기만 하셨습니다. 화면의 작은 글자가 보이지 않아, 연락처에서 누가 누구인지 찾을 수가 없으셨기 때문입니다.
폰 설정에서 글자 크기를 끝까지 키워 드렸습니다. 화면 확대도 켜 드렸습니다. 그래도 할머니는 “그래도 잘 안 보인다”고 하셨습니다. 글자만 커졌을 뿐, 찾아야 할 이름은 여전히 수백 개였고, 글자를 키울수록 한 화면에 들어오는 이름은 오히려 줄었습니다. 긴 이름은 중간에서 잘려 누구인지 더 알기 어려웠습니다.
할머니는 스마트폰을 쓰셨지만, 실제로 쓰시는 기능은 전화 하나였습니다. 지도도 사진첩도 쓰지 않으셨습니다. 그 하나가 어려우니 폰 전체가 어려운 물건이 되어 버린 것이었습니다.
그래서 전화 거는 일만 남긴 앱을 만들었습니다. 연락처 목록을 없앴습니다. 화면에는 가족의 큰 사진과 큰 이름만 두었습니다. 찾을 것이 없으면 못 찾을 일도 없습니다. 누르면 걸립니다.
지금 할머니는 “글자가 커져서 잘 보인다”고 하십니다. 그리고 먼저 전화를 거십니다. 그거면 됐습니다.
전세계의 아들, 딸, 손자, 손녀분들께
할아버지, 할머니께서 전화를 잘 안 거신다면, 걸기 싫으신 것이 아니라 걸기 어려우신 것일 수 있습니다. 눈이 어두워지는 일은 누구에게나 오지만, 그래서 전화를 못 걸게 되는 일까지 당연한 것은 아닙니다.
88폰을 할아버지, 할머니 폰에 깔아 드리고, 자주 거시는 분들을 자리에 넣어 드리세요. 그다음부터 할머니는 사진만 누르시면 됩니다.
14개 언어로 쓸 수 있게 만든 것도 그래서입니다. 눈이 어두워지는 일에는 국경이 없습니다.